말러의 교향곡 5번은 앞부분 5초만 들어보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음악입니다. 그만큼 유명한 작곡가인 말러의 교향곡 9번 4악장 아다지오도, 인기 많은 5번처럼 강렬하고 넓고 잔잔하면서도 파도같은 그런 청량하고 쓸쓸한 감동을 주는 곡입니다. 이만큼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곡이 흔치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듣자마자 넓게 펼쳐진 풀밭 위에 바람이 흩날리고 해가 저물어가는 그런 장면이 펼쳐지는데 다른분들은 어떠실지 궁금하네요. 이처럼 깊은 감명을 주는 말러 교향곡 9번의 4번 아다지오에 대해 적어보았습니다.


말러의 교향곡 9번, 그 중에서도 4악장 아다지오는 흔히 ‘고별의 음악’이라고 불립니다. 이 느린 아다지오의 선율은 한없이 슬프지만 동시에 포근하게 다가오는 역설적인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은 말러가 살아온 삶과 작곡 당시 그가 처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말러 교향곡 9번 중 4악장 아다지오

Mahler: Symphony No. 9 in D – 4. Adagio (Berliner Philharmoniker, Claudio Abbado)

말러는 교향곡 9번을 작곡할 때 심장병으로 인해 건강이 위태로웠으며, 그의 음악적 여정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말러는 작품 속에, 끝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그대로 반영하였습니다.아내와의 관계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사랑하는 딸을 잃는 아픔까지 겪은 뒤였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시련들은 그에게 깊은 절망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했습니다.

우울하면서도 온화하게 느껴지는 이유

4악장은 느린 템포와 아름다운 선율로 진행되며, 마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연 속으로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 음악을 들으면 우울한 감정 속에서 온기가 느껴지는 이유는 그 속에 삶의 고통을 마주하는 동시에 이를 초월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말러는 자신의 음악으로 슬픔을 표현하지만, 그 슬픔의 끝에는 분명한 평온함과 해방이 있습니다. 아다지오는 점점 사라지듯이 끝나며, 마지막 순간에는 마치 숨결이 멈추는 것 같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 과정은 듣는 이로 하여금 고통 속에서도 따뜻함을 느끼고, 마치 치유되는 듯한 감정을 경험하게 합니다.

당시 시대 상황

작곡 당시, 말러는 일종의 ‘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시기, 유럽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커다란 변화의 물결을 겪고 있었고, 예술 역시 그러한 변화 속에서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불안한 시대 상황과 함께, 개인적인 상실감과 건강의 문제로 인해 말러의 심경은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음악을 통해 이 모든 것을 끌어안으며, 그만의 방식으로 삶과 죽음을 수용했습니다.

상반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음악

말러의 교향곡 9번 4악장은 우울하지만 포근한 음악, 그리고 아픔 속에서 치유를 경험하게 해주는 곡입니다. 이 곡은 끝없이 이어지는 슬픔의 바다를 항해하는 듯하지만, 동시에 고요한 안식처로 우리를 안내해 주는 따뜻한 품을 느끼게 합니다. 이러한 감정이 바로 말러의 음악이 가진 위대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듣는 이에게 고통과 희망,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안겨 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마음의 평화를 선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