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츠이치 작가의 책이라면 무조건 삽니다. 예스24에 작가 알림을 신청해두고 알람이 뜨면 바로 사서 읽지요. 어떤 필명으로 나오던지, 컴필레이션앨범처럼 책 전체의 몇 %을 차지하던지간에 오츠이치 흔적이 존재한다면 꼭 삽니다. 그래서 과거 ‘미스테리아’라는 문학 잡지가 처음으로 출간했을 당시 오츠이치라는 단어만 보고 샀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으니 오츠이치를 마케팅에 앞세웠겠지요..?) 그 잡지에서 오츠이치의 내용은 아마 1~2페이지가 다였을 겁니다. 아무튼 지금은 ebook으로 보기 때문에 책을 수집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작가이니 꼭 짚고 넘어가고 싶어서, 오츠이치 책에 대해 간단히 작성해 보았습니다.

참고로 제가 처음 읽고 반했던(?) 내용은.. 책 제목은 ZOO 였고, 그 중 7개의 방이라는 스토리였습니다.


오츠이치는 ‘여름, 불꽃 그리고 나의 사체’로 점프 소설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소설가로 데뷔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주는 느낌처럼 오츠이치의 작품은 어둡고 불안한 분위기로 가득합니다. 단순한 공포나 스릴러를 넘어서, 그의 소설은 인간 내면의 깊은 어둠과 불안한 심리를 집요하게 파헤칩니다. 잔혹하면서도 따뜻한, 복합적인 감정이 담긴 그의 작품은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곤 합니다.

오츠이치라는 필명은 사실 그의 또 다른 자아를 반영합니다. 본명인 ‘아다치 히로타카’와는 달리, 오츠이치는 더욱 어둡고 감정적으로 파괴적인 면모를 대변합니다. 그는 “자신의 어두운 부분을 그대로 드러내고 싶었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 특히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일본 사회는 경제 불황과 더불어 청년 실업 문제로 불안정한 시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은 그의 소설 속 우울한 분위기와 어두운 주제를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오츠이치는 어둠 속에서 빛을 찾으려는 시도를 자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그의 단편집 ‘ZOO’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애와 희망을 찾으려는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그의 작품은 공포와 불안으로 시작하지만, 그 끝자락에서는 작지만 분명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끊임없이 내리는 얇은 장맛비 속에서 문득 드러나는 햇빛 한 줄기와 같은 느낌을 줍니다.

오츠이치는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는 ‘미처 죽지 못한 파랑’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이 작품은 왕따와 학교 폭력을 주제로 다루며, 힘든 청소년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를 줍니다. 이러한 감정적인 접근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그의 작품이 단순히 어둡기만 한 것이 아니라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오츠이치 소설 추천

  1. ZOO (황매, 2007)
    인간 본성의 어두운 측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편 소설집입니다. ‘Seven rooms’는 독자를 숨막히게 하는 설정과 심리적인 압박을 주며, 읽은 후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잔인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작품으로, 읽는 이에게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합니다.
  2. 미처 죽지 못한 파랑 (북홀릭, 2008)
    학교 폭력과 청소년기의 고통을 다룬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학교라는 공간이 공포의 장소로 변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연약함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3. 총과초콜릿 (학산문화사, 2011)
    저연령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추리 소설이지만, 성인 독자에게도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참신한 스토리텔링과 예상치 못한 반전이 돋보이며, 전통적인 추리 소설의 경계를 허무는 자유로운 이야기 전개가 특징입니다.

오츠이치의 작품은 단순히 어둡고 우울한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으려 하고,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탐구하며, 잔혹함 속에서도 따뜻함을 놓치지 않습니다. 그의 소설은 문체가 비교적 가볍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의 깊이는 결코 얕지 않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감정의 파도에 휩싸이며, 마치 조용히 내리는 빗속에서 위로를 찾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오츠이치와 비슷한 분위기로 느껴졌던 소설로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그리고 안의정의 ‘펭귄이 날아간 곳은 어디인가’ 등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 관계의 어두운 면을 탐구하면서도, 그 속에서 독자들에게 어떤 깨달음과 위로를 주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